그림이야기(15)-덕송리의 가을 <덕송리의 가을/20p/1995/소순희 작> 정선읍에서 경사진 언덕길을 따라 한 1Km쯤 북평면 쪽으로 가다 보면 고즈넉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박힌다. 유유히 흐르는 조양강을 끼고 비탈에 버티고 선 스레이트지붕과 녹슨 양철지붕이 산촌의 빈약한 삶을 말해준다. 눈 아래 엎드린 집과 휘..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12.02.24
추억-1 추억-1 고향 집 대숲은 해마다 비비새 떼를 키워 냈었지 도지는 몸살로 깊은 잠 못 이룰 때 뒷문 밖으로 흘낏 쪽빛 하늘이 보이고 살구꽃이 어지럽게 부서지고 있었어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단발머리 가시내가 왔다 가고 또 왔다 가고 암고양이가 목청을 다듬는 텃밭 감나무 연한 그늘에 .. 시와 사랑 2012.02.19
달빛 내린- 유년의 겨울밤 겨울밤에 어머니가 마실 다녀오시면 치마 폭에선 찬 바람 냄새가 나곤 했다. 어머니는 가끔 생고구마나 뒤란 땅을 파고 묻어 놓은 움에서 무를 꺼내다 깎아주시곤 했다. 이 시리도록 시원한 무맛과 입만 가득 고여오던 고구마의 단맛을 잊을 수 없다. 얼마를 잤을까. 깊은 밤 오줌.. 추억그리고 현실 2012.01.27
어느날 일기 놓아주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도 내 자유를 구속한 껍질을 깨지 못하고 이 시대를 살아왔다. 집약된 감정을 추스리기에도 빠듯한 정신의 유약함으로 내 영역에서 맴돌다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합리적 논리로 묶어두곤 했다. 다시 태어.. 추억그리고 현실 2012.01.06
내 하나님 내 하나님 눈뜨면 상천하지에 하나님 늘 부끄러워 숨어들지만 바라보면 또 새날 새 옷 날 어쩌라고 그 빛나는 요지부동의 눈으로 지키시어요 눈감아도 상천하지에 하나님 도망가서 살고 싶다고 그 앞 피해 가 보면 두개골을 이룬 스물세 개 뼈마디 사이로 고이는 눈물 아! 날 어쩌.. 시와 사랑 2011.12.16
거짓 사랑 거짓 사랑 성에 낀 유리창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귀한 말을 써 보면서도 나는 마음속에 미워하는 사람 몇몇을 죽이고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더욱 싫었다 가을 꽃이 시들고도 오래도록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 남아 있었다 오장육부를 헤집는 쓰라린 미운 감정이 먼 발.. 시와 사랑 2011.11.26
J에게(52)-아니 온 듯 가는 계절에 J.어느 날 문득 앞산 자락에 깊게 드리운 아침볕 음영에 붉은 산 하나 가을이 깊어감을 알았습니다. 아직 가로수 잎이 푸른데 산엔 활엽수목이 계절을 또렷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가을빛 보다는 파스텔 톤의 곰삭은 빛깔이 심중을 파고드는 건 아니 온 듯 가는 계절의 의미인지도 .. 엽서 2011.11.13
내가 나에게 내가 나에게 햇살 고운 가을 하나쯤 마음에 숨겨 두고 살 일이다 철 늦은 쑥부쟁이 지상의 계절을 힘겹게 오르는 산길 하나쯤도 마음에 새겨 두고 살 일이다 세상의 저물녘에 내 안의 헛됨 가르며 산새가 날면 숨겨둔 뜻 풀어 비로소 마음 여는 이치 알겠거늘 덧없는 한 생을 지나며 천명(.. 시와 사랑 2011.10.19
소순희 부스 개인전 2011 한국현대미술작가 100인 초대전 (이 시대의 감성과 시선) 2011 CONTEMPORARY KOREAN ARTISTS INVITATIONAL EXHIBITION 안산 문화 예술의전당 2011.10.12(수)~16(일) 총12점 <가을 끝 자리/6호/2007> <여정-어느 거리에서/20p/2001> <여정-항구의 휴일/20호/2001> <여정-퐁뇌프의 추억/20호.2001> ..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11.10.11
그림이야기(14)-겨울 한 낮 "타고난 재능이나 직분이 가장 탁월해도 무위도식에 의해서 멸망한다." -몽테뉴- 노동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분명한 확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겨울 좌판에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을 가장 진솔하게 펼쳐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시간의 궤적을 느끼기 ..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1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