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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47)-청령포에서

J.가을 청령포에 왔습니다. 삼면이 산에 에워 쌓인 절해고도 같은 단종의 유배지에서 가을볕을 맞습니다. 1457년 그해 여름 단종은 어린 나이로 영월 땅에 유배됩니다. 나는 청령포 언덕 소나무 그늘에서 한 시대의 애환과 정권욕이 소용돌이치는 슬픈 역사의 단면을 짚어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에 눈먼 부류의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날마다 돌탑을 쌓아 그리움을 달랬을까요. 오늘도 강물은 단종의 애달픈 심사를 아는 듯 유유히 흐를뿐입니다. 두견새우는 밤마다 절절한 그리움에 밤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요. 적막한 송림 속에서 오열하는 단종의 울음을 들었다는 관음송은 오늘도 푸르게 그늘을 만듭니다. 외부와 처절히 단절된 그 절망의 날..

엽서 2010.11.04

어머니, 그곳에는

어머니, 그곳에는... 고향집 마루 늙으신 어머니 손주와 대화 중 "아야, 나 인자 갈 곳은 딱 한 간데 밖에 없다." "할머니, 어디요?" "산에..." 어머니, 당신 본향은 그곳이 아녀요 한 세상 고된 나래를 접고 편히 쉴 그곳은 슬픔도 아픔도 이별도 배고픔도 전쟁도 죽음도 없는 하늘나라 주님 품 이여요 어머니, 그곳에 소망을 두고 남은 삶 가지런히 벗어 둔 맑은 날 이었으면 좋겠어요 앞마당 대추나무 실한 열매처럼 당신 자손들 영글어 갈 때 깡마른 체구에 눈물 자주 보이시네요 한 세상 바람같이 와서 쓸려가는 평생이 이제 빈 껍질만 남아 굽은 몸에서 바람 소리만 웅숭거려 빈 들 같은 어머니 앞 세상 나도 눈물 나요 어머니, 우리가 가야 할 본향 거기 주님이 기다리고 계셔요. 소순희

임마누엘 201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