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부재 언제부턴가 밤마다 진한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억지 잠을 청하는 밤이면 보고픔이 더 하다는 걸 알았다 그로 인하여 그로 인하여 야위어 가는 내 심사는 흐린 날 예감으로도 그 없는 빈집엔 흰 살구꽃만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상현달이 걸린 예배당의 종탑 붉은 십자가는 내 영혼의 범죄.. 시와 사랑 2003.12.13
나 다시 돌아갈래~ 문득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납니다. 주인공 영호에게 순임이해준 "꿈을 이루세요" 참 아름다운 영화였죠? 보셨나요? 영호역 설경구의 표정연기가 기막히게 표현됐던...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청춘의 한 때를 실재감 나게 그렸던 영화였죠. 영호는 군에 입대하고 순임은 사탕 공장에서 매.. 추억그리고 현실 2003.12.13
흑산도의 10월 서해 먼 바다 위 산이 검게 보인다 해서 흑산도라 불리는 고도. 남해 퀸호를 타고 파고 2m의 서해를 달려왔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슬픔처럼 흰구름 몇 점이 떠 있고 멀리 섬들이 잠겼다간 다시 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흑산도는 귀양지입니다. 현재는 관광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기.. 추억그리고 현실 2003.12.13
거짓 사랑 사진 요한 님 거짓 사랑 성에 낀 유리창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귀한 말을 써 보면서도 나는 마음 속에 미워하는 사람 몇몇을 죽이고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더욱 싫었다 가을 꽃이 시들고도 오래토록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 남아 있었다 오장육부를 헤집는 쓰라린 미운 감정이 먼 발자.. 임마누엘 2003.12.13
네가 있던 겨울 네가 있던 겨울 소순희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 버린 나의 우정이여! 그 해 겨울 섬진강 언 강물이 풀리며 쓸리어 갈 때 얼음장 밑으로 침전 되는 너의 조각난 얼굴을 보았다 강변의 야생화를 무던히도 좋아 하던 지친 너의 황톳빛 가슴에 그늘 내릴 때 휘파람 불며 강둑에 누우면 흰 꽃들이 날렸었지 행방이 묘연한 저녁 하늘 도둑질한 그리움은 어디로 갈까 귓 볼을 헤집는 징그러운 바람 소리 너와의 추억을 놓아주지 않는구나 가슴 높이서 물새가 날던 마지막 겨울 집 한 자 깊이의 남녘 눈 속에 몹쓸놈의 백혈병은 자꾸만 자라 숨 소리마져 지워가는 이 어둠의 저 쪽 그늘의 음계를 따라 웃는 너의 얼굴에서 그 흔한 작별 인사도 없이 남해로 흘러 처음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남아 무슨 희망으로 긴 해후의 날을 기다릴 것인가... 시와 사랑 2003.12.08
봄 비 봄비 봄비는 하늘 가장 깊은 곳에서 온다 지상의 풀, 나무들 세상 모르고 잠 잘 때 가만가만 온다 기지개 켜는 저 꽃나무들 좀 봐 햇볕 속으로도 오고 나무들 등뒤로 숨어서도 온다 어디서 부르는 내 이름 석자 꽃잠 깨우는 봄의 정령 청명 지나고 곡우까지는 하늘 가장 깊은 곳에서 숨어서 봄비는 온다.. 시와 사랑 2003.11.06
잠 잠 수족관 속의 어린 악어는 가을 잎이 지는 것도 모른 채 짧아 지는 하루를 잠만 자고 있었다. 소순희 "여보세요?" "........" "잘 지내시나요?" "네,...지금 좀 바뻐서요.따락,뚜뚜뚜" 서둘러 전화를 끊는 그의 목소리 끝으로 가을이 깊어 있었다. 투명이라는 유리벽 속에 갖힌 가수면(假睡眠)상태의 이십대 초반,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모든 것이 헛된 것 이었다. 볼 수 있으되 보이지 않던 미명의 계절과 끝없이 타오르던 열정의 방편들이 혼돈 속에 지쳐 있었다. 그런 내 이십대 초반은 늘 허기진 날들 이었다. 시와 사랑 2003.11.03
프로는 아름답다. 여름이왔다.태풍에 밀려온 고기압권으로 서울은 불가마속 같다. 덥다 생각만해도.정치권은 늘 다투고 부도덕한 일들이 정당화 되어가고있는 이 시대에, 평범한 고집과 청빈성을 잃지 않고있는 한 사람 나는 늘 그를 남영역 근처에서 만난다. 황색 조끼와 양 어깨로 두른 힌 띠와 머리보다 큰 헬멧과 .. 추억그리고 현실 2003.11.01
풍경-1 풍경-1 오늘도 이젤 앞에 앉아 고향을 그린다 요천*의 맑은 물 속엔 왜 그렇게 자갈이 많을까 캔버스에 칠 해지는 고향의 색채 흰색을 칠 하면 농부가 되고 빨간색 칠 하면 고추가 되고 어머니 얼굴은 어디에 그릴까 쭉정이 같은 자식 도시로 보내고 논에 엎어지고 일어나며 그립단 말 못 하는 어머니 고향 풍경 속 다 어머니 얼굴이다. 1986. *요천~섬진강의 한 지류인 시내. 장수군의 수분재에서 발원해서 분수령을 이루고 섬진강과 금강으로 흐름. "엄니,이제 농사좀 그만하세요." "그려,나도 이젠 허리가 꼬부라지고 힘없어 못해 묵것다. 쌀값도 없고 사가는 사람도 없다." "....." 자식들에게 자양분 다 내어주고 오그라들고 허리굽은 내 어머니. 언제부턴가 이 땅의 농부들은 노력과 투자의 댓가를 얻지 못 하고.. 시와 사랑 2003.10.24
유년의 달빛 내린 겨울밤 인상 겨울밤에 어머니가 마실 다녀오시면 치마 폭에선 찬 바람 냄새가 나곤 했다. 얼마를 잤을까.깊은 밤 오줌마려워 마당에 내려서면 온 천지가 허연 달빛 아래 젖어있었다. 텃밭에 볼일을 보면서 올려다본 하늘엔 별들이 또렷이 박혀 시리도록 빛나고 마당귀에 서 있던 감나무 그림.. 추억그리고 현실 200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