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1)-1월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J, 이 겨울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시베리아 하늘 상층권을 돌아 오는 바람. 이 우주의 질서 속에 나는 웅크린 한마리 작은 짐승 입니다. 외로우면 몸 숨기는 것 인지상정 바람은 날 데불고 어딘가로 흐르고 있습니다. 고향 대숲의 사각이는 바람 소리 들립니까. 거기 잠든 작은 새들과 상수리 나무는 여.. 엽서 2004.01.14
어린 날에 뿌려진 복음 정확히 말 하자면 내가 일곱살 되던 해 처음으로 복음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 이듬해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으니까.그리곤 줄곧 6년 동안과 중3년 동안 예배당 마당에 한번도 발을 들여 놓지 못 했다. 마을엔 예배당이 없었고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 추억그리고 현실 2004.01.01
전라도 풍경 전라도 풍경 호남선 열차를 타고 황토밭 언덕을 넘으면 나즉이 날아 오르는 까마귀 떼와 창 밖으로 흘러가는 논길 위 펄럭 펄럭 걷는 농부 하나 보입니까 김제 만경평야 끝간데 없는 지평위로 갑오 동학혁명의 붉은 피빛 노을도 보입니까 녹두장군 외세배척 쩌렁 쩌렁 울리던 목소리 들.. 시와 사랑 2004.01.01
부재 부재 언제부턴가 밤마다 진한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억지 잠을 청하는 밤이면 보고픔이 더 하다는 걸 알았다 그로 인하여 그로 인하여 야위어 가는 내 심사는 흐린 날 예감으로도 그 없는 빈집엔 흰 살구꽃만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상현달이 걸린 예배당의 종탑 붉은 십자가는 내 영혼의 범죄.. 시와 사랑 2003.12.13
나 다시 돌아갈래~ 문득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납니다. 주인공 영호에게 순임이해준 "꿈을 이루세요" 참 아름다운 영화였죠? 보셨나요? 영호역 설경구의 표정연기가 기막히게 표현됐던...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청춘의 한 때를 실재감 나게 그렸던 영화였죠. 영호는 군에 입대하고 순임은 사탕 공장에서 매.. 추억그리고 현실 2003.12.13
흑산도의 10월 서해 먼 바다 위 산이 검게 보인다 해서 흑산도라 불리는 고도. 남해 퀸호를 타고 파고 2m의 서해를 달려왔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슬픔처럼 흰구름 몇 점이 떠 있고 멀리 섬들이 잠겼다간 다시 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흑산도는 귀양지입니다. 현재는 관광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기.. 추억그리고 현실 2003.12.13
거짓 사랑 사진 요한 님 거짓 사랑 성에 낀 유리창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귀한 말을 써 보면서도 나는 마음 속에 미워하는 사람 몇몇을 죽이고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더욱 싫었다 가을 꽃이 시들고도 오래토록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 남아 있었다 오장육부를 헤집는 쓰라린 미운 감정이 먼 발자.. 임마누엘 2003.12.13
네가 있던 겨울 네가 있던 겨울 소순희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 버린 나의 우정이여! 그 해 겨울 섬진강 언 강물이 풀리며 쓸리어 갈 때 얼음장 밑으로 침전 되는 너의 조각난 얼굴을 보았다 강변의 야생화를 무던히도 좋아 하던 지친 너의 황톳빛 가슴에 그늘 내릴 때 휘파람 불며 강둑에 누우면 흰 꽃들이 날렸었지 행방이 묘연한 저녁 하늘 도둑질한 그리움은 어디로 갈까 귓 볼을 헤집는 징그러운 바람 소리 너와의 추억을 놓아주지 않는구나 가슴 높이서 물새가 날던 마지막 겨울 집 한 자 깊이의 남녘 눈 속에 몹쓸놈의 백혈병은 자꾸만 자라 숨 소리마져 지워가는 이 어둠의 저 쪽 그늘의 음계를 따라 웃는 너의 얼굴에서 그 흔한 작별 인사도 없이 남해로 흘러 처음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남아 무슨 희망으로 긴 해후의 날을 기다릴 것인가... 시와 사랑 2003.12.08
봄 비 봄비 봄비는 하늘 가장 깊은 곳에서 온다 지상의 풀, 나무들 세상 모르고 잠 잘 때 가만가만 온다 기지개 켜는 저 꽃나무들 좀 봐 햇볕 속으로도 오고 나무들 등뒤로 숨어서도 온다 어디서 부르는 내 이름 석자 꽃잠 깨우는 봄의 정령 청명 지나고 곡우까지는 하늘 가장 깊은 곳에서 숨어서 봄비는 온다.. 시와 사랑 2003.11.06
잠 잠 수족관 속의 어린 악어는 가을 잎이 지는 것도 모른 채 짧아 지는 하루를 잠만 자고 있었다. 소순희 "여보세요?" "........" "잘 지내시나요?" "네,...지금 좀 바뻐서요.따락,뚜뚜뚜" 서둘러 전화를 끊는 그의 목소리 끝으로 가을이 깊어 있었다. 투명이라는 유리벽 속에 갖힌 가수면(假睡眠)상태의 이십대 초반,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모든 것이 헛된 것 이었다. 볼 수 있으되 보이지 않던 미명의 계절과 끝없이 타오르던 열정의 방편들이 혼돈 속에 지쳐 있었다. 그런 내 이십대 초반은 늘 허기진 날들 이었다. 시와 사랑 200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