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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월 사랑한다는 말조차 부끄럽다 수줍게 피던 꽃 백양나무 소녀가 벗은 옷 위로 나비가 날고 있었다 그대 부르는 소리 숫자 뒤섞인 전화기 위로 떨어진 하루가 무심히 지나 손가락 걸고 보던 북극성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속에 가지런히 박혀 있었다 백양의 흰 등걸에 꽃바람이 불때마다 보고 싶었다 눈 젖은 하늘가로 황사바람 밀려와 유리창 밖 하늘을 덮고 너와 살고 싶은 봄날을 덮고... 철로에 고양이가 내장을 쏟아낸 채 죽어 있었다. 88.봄 소순희 시인 엘리어트는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읊었다. 그렇구나, 모체를 썩혀야 새싹이 돋아 나는 그 아린 순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마음 속 모든 걸 뱉어 내고 싶은 사월은 이렇게 오고... 하늘의 별무리까지 봄을 앓는 밤이면 꽃바람도 잦아..

시와 사랑 2005.03.31

색깔론(1)

색깔론(1) 예쁘게도 예쁘게도 꽃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맑은 초록은 삼 학년 육 반 청춘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모르는 체하고 있었다 헤집힌 마음의 가장자리로 초록 빛깔처럼 쏟아지던 종아리가 이쁜 여자 애들의 웃음소리 그것도 모르고 독한 술처럼 오장 육부를 쓰리게 적셔오는 초록 그리움 하나 복병처럼 숨어서 나를 노리고 있었다. 소순희1997 언제부턴가 초록이 좋아졌다.그림으로 표현하긴 어려운색채다. 잘 익은 초록은 푸르다 못해 검다. 심중 깊이까지 침투해들어온 초록 빛깔! 내게도 삼학년 육반시절이 있었지 종아리이쁜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좋다. 그것은 가장좋은 청춘의 시작 아닌가. 될 수있으면 쉬었다가자. 그짙푸른 초록그늘에... 곰소포구에서 6F소순희 개인전

시와 사랑 200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