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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여름

그해여름 사 학년 여름방학도 거의 끝 무렵에 걸려 있었고 매미 소리에 묻혀 버린 여름 오후를 후텁지근한 기운에 숨이 막힐 듯했다. 이따금 매미 소리가 그칠 때마다 마을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텃밭의 푸성귀며 돌담을 타고 오른 호박잎이 염천 볕 아래 축 늘어졌다. "아따, 왜이리 덥다냐 썩을놈의 날씨가 사람 죽이네! 잉" 마루에서 어머니 무릎을 베고 낮잠에 설핏 빠져들면 어머니는 노랗게 콩기름 먹인 부채로 달라붙는 파리를 부채질로 탁탁 쫓아 주셨고, 부채 바람에 비릿한 콩기름 냄새가 났다. 그러다가 어머니도 밀려드는 졸음에 못 이겨 텃밭의 처지는 채소처럼 고개를 떨구었다. 하루 일과 중 소먹이 꼴을 베는 것이 내게 맡겨진 일이었고 내가 하지 않으면 식구 중 누군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므로 책임감에 젖어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