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오륙 년 전 제자의 집에서 포기나누기로 얻어 온 공작선인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꽃을 피웠다. 몇 해가 지나도록 꽃 피울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저 무관심으로 죽지 않을 만큼 물 주고 겨울 추위에도 베란다에 방치하다시피 두었는데 지난해 봄부터 꽃자리를 잡더니 맑고 진한 붉은빛 꽃을 달아 주었다. 기특한 것 !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때 되면 할 일 다 하는 자연률의 일부를 대하니 이 오묘한 섭리 앞에 내 존재는 작아지고 마음은 넓어지는 기분이다. 이러함이 어찌 인간의 힘으로 된다는 말인가? 2021.4.29.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