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별곡 여름별곡 소순희 몸 숨기지 말라, 그 바다에선 이미 드러난 개활지 막막한 절망의 끈도 놓아버려 여름내 얻지 못한 심경 변화에 우는 늦여름 한낮 내 여인의 고운 숨소리처럼 나직이 갯골을 만드는 바람결 정지된 일순의 시간 위에 미친 듯 내달리며 첫 발자국을 찍어댔다 발목을 감기며 .. 시와 사랑 2010.08.23
소식 소식 손주놈 합격소식에 끄억끄억 우시는 어머니! 목멘 수화기 속으로 고향집 봄날이 서럽게 지고 있었다 2010/소순희 <마당귀(고향집)/소순희작/김미숙님소장/1997> 시와 사랑 2010.06.02
낙화(落花) <유월이 가면/3호/소순희작/2006/Oil on Canvas> 낙화(落花) 지는 꽃 가여워 가려나 가시내야 꽃비 속에 퍼질러 놓은 네 웃음 아직 지워지지 않았는데 붉은 땅 어디에도 눈물없다 바보야 무던한 봄날도 작은 키로 누운 꽃자리 떠나는 연습도 없이 보내는 연습도 없이 눈 들어 바라본 하늘 어찌 할 꺼나 무.. 시와 사랑 2010.05.15
죄 죄 황사비로 얼룩진 유리창 밖 하늘 흐림은 투명함 가리는 먼지 막 창을 닦고 나자 앞산 진달래 붉게 보이고 천변의 백로가 더 희었다 맑을수록 잘 보이는 물속의 자갈 위로 물 그림자 어룽이는 기분 좋은 봄날 맘 닦을 수록 드러나는 죄 피는 꽃 지천인데 무.섭.다. 소순희 <축복/소순희작.10호.이현.. 시와 사랑 2010.04.28
풍경-8 풍경-8 남도 땅 그 산 그 바다 시퍼렇게 눈 뜨고 봄을 맞는다 바람결에 눕는 보리밭 한 줄 그리움을 물고 선을 긋는 산비둘기 살아생전 가보아야 할 어진 풍경이 캔바스 위에 들어와 박힌다. 소순희 <8월의 전원/10호/소순희작/Oil on Canvas> 시와 사랑 2010.04.18
3월에 내린 눈 3월에 내린 눈 몽유병 앓는 도시의 집들이 어둠 지우는 가로등 밑에 아득하다 수직이 기운 전신주에 위태롭게 매달린 봄눈 그 빛에 밤이 희다 한 뼘이나 쌓이는 철 잃은 낙하 밤은 눈물을 만들지 않고 이쯤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로 어느덧 봄이 온다 사는일 홀로 피고 지는 일일진대 .. 시와 사랑 2010.04.09
겨울 강 겨울 강 그대와 나 만나는 때가 훤히 길 내어 놓는 백야였음 좋겠네 보고픈 잠긴 눈도 맑게 트이고 여울에 감기는 허튼소리도 강물에 우렁우렁 함께 흘러가리 하늘 깊이서 떠돌다 하강한 순백의 설 편도 내 맘 같이 녹아 여백을 가르는 곡선은 몇백 리인가 내 안의 풍경 속 늙은 홍송 하나 가라, 등 떠.. 시와 사랑 2010.03.20
겨울 플랫폼에서 겨울 플랫폼에서 며칠째 한파는 계속되었다 눈처럼 날리던 연인들의 무성한 언어들이 얼어붙어 나뒹구는 플랫폼에서 몇 개의 시린 욕지거리가 비릿하게 밟혔다 활자화된 어느 정치가의 새빨간 거짓도 섣달의 추위 속에 가늘게 떨고 있었다 만나고 헤어짐이 빈번하게 존속하는 희비의 .. 시와 사랑 2010.02.18
살아가는 법 살아가는 법 고향 집 오동나무는 달빛 깔린 마당에 적막했다 바람 일면 달그락달그락 가지 부딛는 맑은소리 나이 들수록 공명으로 울리는 세상의 신음을 삭여내는 흰뼈 공중에 수시로 타악의 득음을 채보하려 잎눈 트는 엇갈린 가지 사이로 달만 시리게 빛났다 나, 살면서 누군가에게 맑.. 시와 사랑 2010.02.05
유산 유산 아부지의 유산을 정리하고 손 털고 돌아서는 늦은 밤 서리 밟는 달빛 온누리에 희다 쭉정이 같던 아부지의 한 생도 기막힐 노릇인데 달밤마저 기차게 아득하구나 맘 풀려 느슨한 중년의 세월 서릿발 선 고향의 달밤은 정신 바짝 들게 볼을 부벼 왔다 이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가! 유.. 시와 사랑 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