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에서 도봉에서 가을볕에 도봉의 이마가 희다 어쩌자고 산록은 다시 붉어 눈시울 적셔오느냐 말 없음의 이유로 단박에 그리워지는 사람아 나 도봉에서 서룬 가을을 맞노니 이 계절도 저물면 긴 동면의 고른 숨소리조차 설원에 잠기리 도처에서 산 메아리로 불러보는 예쁜 이름 지닌 사람아 속.. 시와 사랑 2009.11.09
가을 그 자리 가을 그 자리 성하도 저물어 어느새 붉은 잎 내리는구나 한철 무성한 잎새 푸르게 살아 낸 것 감사할 일이다 몸에 걸친 옷 버거움은 이제 벗어야 할 때 지상의 무엇엔들 가벼이 벼리는 것 있으랴 빛 고운 시선으로 보여지는 계절의 순환 한 몸 스러져 흙이 되는 단순 논리 앞에 무색하구나 그 가여운 생.. 시와 사랑 2009.09.26
어둠에게 어둠에게 어둠이여 그만 가라 빗긴 애기먼동 앞산 깨우며 보채는 새날에 낙원에 다다른 꿈 덮지말고 가라 어둠이여! 흐르는 것 모두 꿈을 위한 시간에 종속 되거니 무엇 그리 안타까우랴 어둠이여 붉은 동백 한 송이 피어나는 그 새벽을 가라 나그네로. 소순희 <정한(靜閑)/10호/소순희작/ Oil on Canvas&g.. 시와 사랑 2009.09.15
지우는 일 지우는 일 소순희 지우는 일이 쓰는 일 보다 더 어렵다는 걸 나이 들면서 알아 갑니다 지워 버리자고 잠 못 드는 온 밤 내 더 뚜렷한 기억으로 옭아매는 시린 언어 수취인 부재 벌레소리 가득한 가을이 깊습니다 <자연률/소순희작/20호/Oil on Canvas> <낮달 /소순희> 시와 사랑 2009.08.25
병 병 푸르름 깊은 산 아래 나는 겸허 하지 못 하다 자꾸만 하늘로 머리를 들고 손바닥 만한 병 하나를 애지게도 몰래 키워 가고 있었다 종일 눈을 뜨고도 비척거리는 길 위에서 맑은 숲바람을 놓아 주지 않았다 제 3 병동 낮달처럼 야윈 환자 하나 병명은 그.리.움. 2004.소순희 (적토 4F 소순희작) 시와 사랑 2009.08.04
어느 하루 어느 하루 언제부턴가 내 주위를 맴도는 바람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푸른 기억의 저편에서 웃고 오는 너의 청춘은 그대로인데 나는 바람 속에 희어가는 머리 날리며 허송한 세월 두엇 데리고 휘적휘적 걸어 찻집에 가 앉아 있곤 했다 흐느끼듯 들려.. 시와 사랑 2009.07.14
작은 풀꽃 하나가 작은 풀꽃 하나가 그대여 흔한, 그 흔한 풀꽃 하나가 갑자기 눈물 나게 하네 고향의 선한 눈이 들어와 박혀 있는가 내 지친 마음에 천 갈래 만 갈래 어룽이는 흰빛 영혼 지상에 핀 별이런가 굽은 어깨 위에 내리는 고요한 위로를 아는가 그대여! 소순희 시와 사랑 2009.06.24
늦봄의 숲 늦봄의 숲 아홉 잇단음표 같은 흰 꽃이 매달린 아카시아 늦봄에 저리도 예쁜 주머니 속 향기를 내게 보내 유년의 숲을 안겨주네 어디선가 고즈넉이 뻐꾸기 울고 나뭇잎 사이로 적막한 햇볕은 둥글게 내려꽂혀 등 굽은 나무의 실한 뿌리도 보이게 하네 이 한때 비워야할 머릿속 무념의 시간을 매어 놓.. 시와 사랑 2009.05.26
장미 장미(薔薇) 오로지 그날의 언약을 파기하지 않는 명징한 각혈로 오월은 오는 것인가 이적지 가져보지 못한 내 하루도 그 어느 날은 낯선 시간 두어 점 가벼이 흘려 버리고 싶다 철조망도 눈 감는 여린 볕 좋은 봄날 립스틱 고운 누님들 수다는 붉은 해 꼴깍 삼켜, 더운 숨결로 피워내는 청.. 시와 사랑 2009.05.18
한 마디 말이 한 마디 말이 내 입을 떠난 한 마디 독설이 누구의 가슴에 가시로 박혀 그를 괴롭히고 있을까 내 입을 떠난 한 마디 칭찬이 누구의 가슴에 향기로 박혀 그를 즐겁게 하고 있을까 한 입에서 나오는 말이 독이 되고 향기가 되는 걸 매 순간 순간 돌아 볼 일이다. 소순희 <모란/10호/소순희작> 시와 사랑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