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짐 소순희 아이들의 함성이 도시의 가을 하늘로 풍선처럼 떠 오르고 있었다. 넓은 잎 플라타너스 나무가 투명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운동장 가에는 흰 운동복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꼬물꼬물 모여 응원을 하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나는 키 발을 딛고 벽돌 담장 너머로 아이들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함성 속에 함께 묻혀 있자니 불현듯 코끝이 찡해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그건 내 유년의 소상한 기억 저편으로 폴짝 뛰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을 오후는 늘 서늘했다.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텅 빈 운동장엔 미루나무 긴 그림자가 줄지어 뻗어 있곤 했다. 이 때 쯤이면 출출해졌다. 빨리 집에 가서 삶아놓은 고구마나, 감나무에 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