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113

내 유년의 10페이지 중에서...

봄에 고향에 갔다. 산벚꽃이 희게 피었다 진 후 불그스레한 꽃 자리가 남아있는 모양새가 초록 잎새와 더불어 다양한 색깔로 산을 수놓고 있었다. 장수읍을 벗어나와 남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금강과 섬진강으로 분수령을 이루는 해발539m의 수분재가 있다. 그리고 그 옆 산 비알로 하얀 산길이 낙엽송 사이를 돌아가는 게 가보지 않는 곳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마주 오는 차를 비켜서지 못할 정도의 소로를 따라 차를 몰다 보면 길 밑으로 발이 간지러울 정도의 협곡이 굽이굽이 급경사를 이룬다. 한참을 달려 그 길 끝에 가 보면 가지런히 눈에 들어오는 20 여호의 오래된 마을 하나가 큰 산에 에워싸여 요새처럼 박혀있다. 누가 언제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을까? 아마 몰락한 딸깍발이 선비나 아님 벼슬이 싫어 낙향한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