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113

뒤란 풍경

뒤란 풍경 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뒤란 돌담가엔 고욤나무가 엄지손가락만큼 두께로 자라고 있었다. 그해 봄 아버지는 평촌아재를 모시고 와 고욤나무를 땅에서 10여Cm쯤 남기고 자른 후 막 새순이 피기 직전의 품종 좋은 감나무 잎눈이 두어 개 붙은 새 가지를 6~7Cm로 엇비슷하게 자른 후 원줄기를 쪼개고 그 껍질 부위와 새순의 껍질 부위를 맞춘 후 비닐로 동여매고 봉분처럼 흙을 덮어 놓았다. 수일이 지나자 그곳에서 뾰롯이 새싹이 돋고 감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다음 해 부터인지 몇 개의 감이 튼실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점점 감나무 그림자가 넓어지는 뒤란은 언제나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가을 어느 날 숙제한다고 방바닥에 누워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씨를 쓰고 있는데 뒷문 밖에서 곱게 물든 감나무잎이 뚝,..

누님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감기(고뿔)였지 싶다. 누님의 등에 납작 엎드려 귀를 등에 대고 옷에 콧물을 묻혀대던 다섯 살쯤의 유년기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곤 그다지 기억 밖으로 아스라이 멀어질 뿐이다. 가을비가 갠 뒤 누님은 나를 업고 뒷골 초입의 밤나무 아래서 미처 영글지 못 하고 떨어진 밤송이를 주워 고무신 발로 지그시 누른 후 막대기로 가시가 성한 껍질을 벗겨 푸르스름한 풋밤을 꺼내 겉껍질을 벗긴 후 속껍질을 이빨로 긁어 벗겼다. 덜 영근 하얀 풋밤을 입속에 넣어주며 흐믓해 하던 아홉 살 누님의 불그레한 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지금도 풋내나던 밤의 속살이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듯 유년의 추억도 그렇게 떠오른다. 가끔 누님의 노랫소리는 등에 귀를 대고 엎드린 내 귀에 웅웅 거리며 불분명한 음성으로 전해..

감동의 그림(?) 한 점

감동의 그림(?) 한 점 큰집은 타관에 살다 큰아버지의 타계로 고향으로 이사를 왔고 큰어머니는 무속인으로 세 아들과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 나가셨다.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여인이 찾아들었다. 그때 큰형은 중학교에 다니던 때였고 마을에선 드물게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가끔 큰형은 나를 자전거 뒤에 앉혀 동구 밖까지 태워 주곤 했다.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갈 때마다 나는 형의 등 뒤에서 잦아들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며 형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점점 희미해지는 그 기억들을 뒤로하고 수년이 흘렀다. 형은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에 갔고 맹호부대로 월남 파병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중학 1학년 그해 가을이었던가 결혼을 했다. 조그맣고 하얀 형수의 얼굴이 얼마나 예뼜는지 모른다. 결혼 선물로 들어온..

프라하에서

유럽의 밤은 늦게 찾아듭니다. 첨탑의 날카로운 지붕 위로 낮달이 걸린 프라하의 저녁은 오월 하순의 아카사아꽃 향기로 가득한 게 두고 온 고국의 봄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렐교 위 연인들의 포옹과 입맞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드는 풍경은 젊다는 이유에서 충분한 기쁨을 찾습니다. 붉은 지붕의 명랑한 색채와 푸른 녹음의 어우러짐이 강가에 있다는 것에 한층 돋보이는 풍경이라 감탄을 하며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를 도시계획에 둔 저들의 철저한 환경을 나는 가히 짐작합니다. 볼타바강(몰다우)의 카렐교가 야경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낮의 저 풍경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지 않습니까! 늘 보는 풍경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다른 감성의 이유라고봅니다. 나의조국 중 몰다우를 작곡한 스..

목화이야기

여름 정오는 그야말로 모든 사물이 숨죽인채 고요에 빠질때다. 이따금 말매미만 키큰 미루나무에서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오후2~3시쯤이면 소먹이 풀을 베러가는 아이들이 망태기와 낫을 가지고 하나 둘 감나무밑 망루거리로 모여들었다. 돌담을 경계로 낮으막한 지붕과 지붕이 이마를 맛댄 집집엔 커다란 감나무가 한 두 그루씩 숲을이뤘다. 나와 친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논밭 사이로 난 길을 가로 질러 멱감으로 냇가로 향했다. 섬진강 한 지류인 요천은 풍족한 물과 깨끗함이 늘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여름 한 낮을 견디고 있는 밭작물들이 축 쳐져 있다가 저녁무렵이면 생기를 되찾곤했다. 냇가에 가는 길섶에 목화밭(전라도 사투리로는 미영밭)이 있었고 분홍이나 하얀 목화꽃이 지고나면 뾰쪽한 열매가 맺혔다. 이 목화열매가 영..

내 프로필

서양화가 /시인 소순희 *1958년 전북 남원 생 *개인전 15회 (하나사랑/조형/남원시청갤러리/gaiiery Plus/수용화갤러리/예술의 전당/서울미술관/ 한국미술관/안산예술의전당/31갤러리) *국내외전 370여회 *대한민국 구상단체연합전(예술의 전당) *세계평화미술대전 초대작가(세종문화회관) *사단법인 목우회 회원전93~(현대미술관 외) *대한민국 회화제98~(시립미술관 외) *국제미술 창조회전92~(일본) *한국 청년 구상작가전(시립미술관 외) *우리산하전.예형회 대작전(안양문예회관) *구상회화의 위상전 (예술의 전당) *일본 현대미술전 (동경도 미술관) *5인전(김 콜렉션) *겨울 길목전(세리) *아름다운 전북산하전(전주) *동방의 빛깔전(세종문화회관) *아시아의 혼전 (세종문화회관) *세계교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