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의 추억 소순희 여름이 오면 유독 복숭아의 추억이 그 시절로 나를 끌어간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해 봄에 집에서 40여 리의 시내 중학교에 나는 어렵사리 입학 했다. 6학년 가을 아버지가 산에 드셨고, 마을 어른들은 상급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 와중에 몇몇 분은 그래도 중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친구들은 하숙집으로 들고 나는 시내에 방 하나를 얻어 혼자 자취를 했다. 저녁이면 연탄불을 갈고, 아침이면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다. 일주일 내내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내겐 성찬의 축복이었다. 중학교도 못 갈 형편에 내겐 감지덕지했다. 주눅 든 날을 교정의 구름 같은 벚꽃과 학교 울타리 너머로 굉음을 내며 언덕을 기어오르는 서울로 가는 기차를 보며 조금씩 학교 생활에 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