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의 겨울 사과 한 쪽이 상처가 나고 짙은 갈색으로 변해가자 아내는 버리려고 골라 두었다. 장수 누님이 보내준 사과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었다. 마을 주변을 둘러싼 과수원이 붉은 열매를 내보이는 늦가을엔 풍요로움에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누님의 밭 가에도 사과나무 몇 그루가 해마다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그중 잘 익은 사과를 보내 준 누님의 열일곱 살 적 붉은 볼이 떠 올랐다. 겨울은 새들에게도 시련의 계절이다. 인가 가까이 날아든 배고픈 조수들의 먹이 찾는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사과를 집어 들고 출근하며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소나무 가지 사이에 사과를 올려 두었다. 다음 날 아침 눈아래 뺨에 갈색 무늬와 회색의 가슴팍에 하얀 점이 박힌 까만 눈의 직박구리가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