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락에 물든 너의 눈에 사진:포토친구 방죽 골 양지 녘에 아버지의 유골을 묻고 돌아오던 날 보았다. 남원에서_ 서울. 고속버스 창밖 만경 평야 지평으로 떨어지던 붉은 불덩이 하나를, 참 아름답다고 되뇌며 아버지의 삶이 그랬을까. 적어도 욕심 없이 살다간 무명의 삶이 저렇게 예쁘게 져갔다고 생각했다. 아.. 추억그리고 현실 2012.11.19
바람재 이야기 바람재 이야기 소순희 가을 햇살 아래 푸른 모든 것들이 먼 산부터 붉어질 즈음 뒷골 밤나무 숲은 보기 좋게 알밤이 벌고 이미 쏟아 낸 밤송이는 속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었다. 말라가는 풀에서 잘 익은 밥 냄새처럼 구수한 냄새가 온 산에 가득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그.. 추억그리고 현실 2012.10.18
추석 <2012/9/30/추석/사진소정욱> <2012.9/사진 소정욱/우리집에서 바라본 안양역과 멀리 수리산정상> <2012/9/사진 소정욱/우리집에서 바라본 안양천과 평촌/모락산> 유달리 무더웠던 지난여름 그 징그럽던 혹서도 시간 흐르면 물러나 주님 주관하시는 섭리에 순응한다. 남부를 강타한.. 추억그리고 현실 2012.09.30
내려놓음 누군가에게서 규칙적으로 연락이 오다 변화된 일상이 되면 차츰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작은아이가 신병교육대에서 퇴소 후 자대배치를 받고 이삼일이면 전화가 왔다. 그러다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다.자유로웠던 사회와 격리된 명령 체계에 놓인 그곳이 힘.. 추억그리고 현실 2012.07.05
달빛 내린- 유년의 겨울밤 겨울밤에 어머니가 마실 다녀오시면 치마 폭에선 찬 바람 냄새가 나곤 했다. 어머니는 가끔 생고구마나 뒤란 땅을 파고 묻어 놓은 움에서 무를 꺼내다 깎아주시곤 했다. 이 시리도록 시원한 무맛과 입만 가득 고여오던 고구마의 단맛을 잊을 수 없다. 얼마를 잤을까. 깊은 밤 오줌.. 추억그리고 현실 2012.01.27
어느날 일기 놓아주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도 내 자유를 구속한 껍질을 깨지 못하고 이 시대를 살아왔다. 집약된 감정을 추스리기에도 빠듯한 정신의 유약함으로 내 영역에서 맴돌다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합리적 논리로 묶어두곤 했다. 다시 태어.. 추억그리고 현실 2012.01.06
버스 안에서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 "아. 아니야. 괜찮아. 학생 앉아요." "아니에요. 앉으세요. 여대생으로 보이는 학생에게 고맙다는 눈인사 한번 건네고 앉으신 6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노인. 참 정겨운 모습이었다. 나는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앞부분 자리에서 중년의 사내가 .. 추억그리고 현실 2011.01.31
슬픔을 알기 시작 할 때 면 소재지 공터엔 커다란 천막이 쳐지고 인근 마을을 찾아다니는 선전부는 확성기를 통해서 청춘남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영화선전을 쏟아내곤했다. 그렇게 조그만 면내는 며칠간 축제 분위기였다. 내가 맨 처음 영화라는걸 접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소위 말하는 가설극장이.. 추억그리고 현실 2011.01.05
시작점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새를 쫓아다니다 길을 잃었다. 그리고 울먹이는 마음으로 산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멀리 뉘엿뉘엿 지는 해의 연약한 빛과 역광(逆光)으로 인한 하얀 냇물 줄기와 억새꽃의 투명한 흰 빛을 처음으로 보았다. 며칠을 이마에서 열이 나고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려 꿈속 인 것처럼 까.. 추억그리고 현실 2010.12.02
저의 개인전을 촬영한 루시(이미자)님의소감 나의 싸부 소순희 선생님... 여자가 아닌 남정네.. 58년 개띠...나와는 동갑내기이다. 2007,6.6~12 인사동 수용화갤러리에서 초대전이 있었다. 발 딛을 틈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오픈행사를 치루셨다. 유럽여행 다녀 오시자마자 정신 없이 개인전을 맞이하시게 되었다. 원로 .. 추억그리고 현실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