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113

바람재 이야기

바람재 이야기                                    소순희  가을 햇살 아래 푸른 모든 것들이 먼 산부터 붉어질 즈음 뒷골 밤나무 숲은 보기 좋게 알밤이 벌고 이미 쏟아 낸 밤송이는 속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었다. 말라가는 풀에서 잘 익은 밥 냄새처럼 구수한 냄새가 온 산에 가득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그러니까 6학년 늦가을에 아버지를 도장골 양지에 묻은 지 약 1년이 된 셈이다. 중학교에 어렵사리 입학하고 나는 읍내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늘 외로움에 배회하는 날이 많아질 수록 가을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그러던 어느 일요일 나는 학교 관사에 사는 기영이와 남원읍(시)내에사는 택규와 남평에 사는 형찬이와 철용이를 데리고 시골집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