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6 풍경-6 도시의 밤은 더디온다 찬란한 불빛이 밀어내는 어둠 저 편 자욱히 쓸려가는 하루의 뒷모습만 무성하다 밤 새 한 마리 빌딩 숲으로 날아간 뒤 소등 되는 유리창 속 또 다른 어둠이 도적처럼 깃든다. 소순희 <누드/소순희작/10P/Oil on Canvas> 시와 사랑 2009.04.02
고남산 고남산 눈 내리는 고남산 무아지경 그 산 바라보기 수 십년 나는 속수무책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자신을 버릴 수 있을까 비 내리는 고남산 정중동 그 산 바라보기 수 십년 초록은 초록대로 붉음은 붉음대로 그 모습 그 자리 나는 늘 수시변덕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다 버리고 초연 할 수 있을까. 0.. 시와 사랑 2009.03.25
J에게(37)-울, 엄니 문득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늘 그자리 그 모습으로 남아 있으려니 했던 어머니! 어느날 한 순간 늙어버린 모습의 허탈함을 세월만 탓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가끔은 가수면 상태의 잠 위로 내리는 차가운 비처럼 퍼뜩 잠이 깨곤합니다. 무시로 가만히 불러 보는 어머니 그러면 그 모습 짠.. 엽서 2009.03.19
봄눈 <연하리의 봄눈/2005/소순희작/6호/최경식님소장/Oil on Canvas> 봄눈 봄눈은 햇볕속에 피던 봄눈은 내게 재갈을 물렸습니다 할 말 많은데 눈 한 번 찡긋하고 봄눈은 내게 묵언수행 하라고 거친 재갈을 물렸습니다 소순희 시와 사랑 2009.03.08
그곳에 가서 그곳에 가서 바다로 귀를 연 사곶 겨드랑이의 낡은 민박집 종일 햇볕에 그을린 낮은 지붕 골 사이로 저녁 물결처럼 스러지는 빗긴 하루 나무들은 한 세월 심드렁하게 키만 자라 오솔길 지우고 물새들 집 찾아 깃을 접는 사곶 겨드랑이 그곳 단 며칠만이라도 거기 묻혀 마음 헐렁하게 풀어 놓고 늙어가.. 시와 사랑 2009.03.02
겨울-저녁이오는 곰소포구에서/10호 <곰소항에서/소순희> 폭설 연 사흘 밤낮 내린 폭설로 집으로 가는 길 다 지워지고 오래된 지붕들 숨긴 부안 어디메쯤 낮은 산 아래 무법천지는 겨울 낯선 어둠을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에게로 가지 못한 흰 집들은 설원에 갇혀 무슨 꿈을 꾸는 것일까 쌀밥에 곰삭은 멸치젓갈로..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09.02.16
슬픈 밤 슬픈 밤 서울 밤하늘엔 별이 참 많이도 죽었다 그들의 죽음으로 보상받은 불야성 거리 눈을 들어 올려다볼 하늘은 없다 위산과다증으로 속 쓰린 밤 문득 고향의 샘물 생각에 냉장고를 열면 생수병 속에 그립게 푸른 은하수 강이 지척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슬픈 밤이다. 2001.소순희 <창포동인제3집수.. 시와 사랑 2009.02.09
소 눈 소 눈 소 눈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 속에 소 눈에 떠 가는 흰 구름이 보이고 소년의 눈 속 검은 바다가 소 눈 속에서 고요하다 소년은 소 눈 속 바다 위로 소리 없이 걷고 있었다. 소순희/2002. 가족! 얼마나 귀하고 숭고한 이름인가... 농경 사회가 시작되고 부터 소는 큰 산 같은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소.. 시와 사랑 2009.01.28
J에게(36)-봄날은 옵니다. J.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희망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라고 연설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희망의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절실하게 필요적절한 그 희망의 근원은 이미 성서의 말씀에 근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도바울은 .. 엽서 2009.01.22
의문 의문 그래,그런지 몰라 그가 떠 온 한 장의 바다 도시에 갖혀 푸른 웃음 잃고 한 쪽이 기울고 있었어 맨 먼저 괭이 갈매기가 흰 뼈 박힌 바다 귀퉁이로 절묘하게 빠져나가고 새들은 수평선 너머로 가뭇없이 사라진 뒤 바다엔 아무도 없는지 몰라 그런데도 그는, 바다를 놓아주지 않아 모호한 표정으로 .. 시와 사랑 200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