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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이야기

여름 정오는 그야말로 모든 사물이 숨죽인채 고요에 빠질때다. 이따금 말매미만 키큰 미루나무에서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오후2~3시쯤이면 소먹이 풀을 베러가는 아이들이 망태기와 낫을 가지고 하나 둘 감나무밑 망루거리로 모여들었다. 돌담을 경계로 낮으막한 지붕과 지붕이 이마를 맛댄 집집엔 커다란 감나무가 한 두 그루씩 숲을이뤘다. 나와 친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논밭 사이로 난 길을 가로 질러 멱감으로 냇가로 향했다. 섬진강 한 지류인 요천은 풍족한 물과 깨끗함이 늘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여름 한 낮을 견디고 있는 밭작물들이 축 쳐져 있다가 저녁무렵이면 생기를 되찾곤했다. 냇가에 가는 길섶에 목화밭(전라도 사투리로는 미영밭)이 있었고 분홍이나 하얀 목화꽃이 지고나면 뾰쪽한 열매가 맺혔다. 이 목화열매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