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정월/2009/소순희작/20호> 적용 목사님 설교 들으며 이 설교는 내 주위의 그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씀 구절마다 떠오르는 얼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죄하며 대책없이 나는 내 허물과 가벼움을 그에게 적용시키고 있었다 내 눈에 들보는 보지 못 하고 그의 눈에 티끌만 보는 .. 시와 사랑 2013.11.25
안양에 와서 <소순희작/10호> 안양에 와서 안양에 내려온 후 안개와 친숙해졌다 경수산업도로를 점령한 무량의 흐름 앞에 가끔은 깊이 숨어들고 싶었다 차츰 산을 드러내는 그 부드러운 유영으로 촉촉이 젖은 산이며 나무들이 때깔 고운 시처럼 서 있을 때 나는 창밖의 풍경을 무아지경인 듯 바라.. 시와 사랑 2013.11.16
스물 다섯 살 무렵 스물다섯 살 무렵 서둘러 전화를 끊는 그의 목소리 끝으로 가을이 깊어 있었다 투명의 유리 벽 속에 갇힌 가수면(假睡眠) 상태의 스물다섯 살 무렵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모든 것이 헛된 것 이었다 볼 수 있으되 보이지 않던 절단된 시간의 단면을 넘는 예쁜 이름 가진 계절이 캔버스 위에 .. 시와 사랑 2013.11.06
마포 마포(麻浦) 저녁놀 지면 강변에 나가보라 온몸으로 받는 저녁 빛에 마포의 겨드랑이를 끼고 선 집들이 늑골 같은 지붕 아래 주홍빛 낮은음의 영가를 풀어낸다 오도 가도 못 하고 제 자리에 와 버티는 도화동 산 1980번지 언약의 눈금을 가늠하며 넘는 시대의 우울은 강물의 절창에 스러져 .. 시와 사랑 2013.10.29
원죄 <가을끝자리/6호/소순희작/2011> 원죄 초저녁별 뜰 때 보고 싶었다 너와 헤어지던 가을 남영역에서 하늘을 가리던 넓은 잎 플라타너스가 뚝, 지고 있었다 문득, 요절한 고흐의 별 밤이 외등 불빛에 반쯤 지워지고 도시의 공제선 위로 때마침 눈 먼 별 하나 꺼질 듯 피어 있었다 산다는 .. 시와 사랑 2013.10.18
아버지의 등 <라인강의저녁(독일)/2013> <저녁놀/1998>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등에 업혀 요천* 건너며 나는 행복했었지 한 방울 물 젖지 않는 뽀송한 발로 마른 땅 걸을 때 작은 풀꽃 꺾어 주시던 아버지는 내게, 세상을 건너는 다리가 되어주셨지 나는 아이들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등 내밀지 못.. 시와 사랑 2013.10.02
사과 사과 연천군 미산면 유촌리 산골 높은말 송마루 종합예술가와 조정화 화가가 손수 가꿔 거둔 사과를 보내왔다 첫 수확의 기쁨을 신께 감사드리고 하늘을 나는 조류와 더불어 나누며 지인들에게 향기와 빛깔을 보내 느끼는 무욕의 땅에서 처음의 것은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의식 아름다워.. 시와 사랑 2013.09.20
목화이야기 여름 정오는 그야말로 모든 사물이 숨죽인채 고요에 빠질때다. 이따금 말매미만 키큰 미루나무에서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오후2~3시쯤이면 소먹이 풀을 베러가는 아이들이 망태기와 낫을 가지고 하나 둘 감나무밑 망루거리로 모여들었다. 돌담을 경계로 낮으막한 지붕과 지붕이 이마를 맛댄 집집엔 커다란 감나무가 한 두 그루씩 숲을이뤘다. 나와 친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논밭 사이로 난 길을 가로 질러 멱감으로 냇가로 향했다. 섬진강 한 지류인 요천은 풍족한 물과 깨끗함이 늘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여름 한 낮을 견디고 있는 밭작물들이 축 쳐져 있다가 저녁무렵이면 생기를 되찾곤했다. 냇가에 가는 길섶에 목화밭(전라도 사투리로는 미영밭)이 있었고 분홍이나 하얀 목화꽃이 지고나면 뾰쪽한 열매가 맺혔다. 이 목화열매가 영.. 추억그리고 현실 2013.09.06
그 누님에 대한 추억과 회한 그 누님이 실성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아마 가을걷이 후의 빈 들판이 늘어 갈 즈음으로 기억한다. 실지로 누님은 혼잣말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다녔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퀭한 눈이 깊었다. 초등학교1~2학년인 아이들의 입에선 거침없이 미친년이라는 욕설과 함께 그 누.. 추억그리고 현실 2013.08.31
J에게(59)-곰배령(1164m)에서 J. 염천의 중심부에 들어와 있는 8월도 이곳 해발 700 고지의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산골에선 견딜만합니다. 동식물의 신체에 가장 적절한 기후로 안정적 삶이 영위 된다는 고랭지의 민박집에서 인심 좋은 주인과 많은 얘기를 나누는 밤은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빛났습니다. 진동계곡 근원.. 엽서 201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