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가을 <강변의 가을/소순희작/2001/Oil on Canvas> 강은 유장한 흐름으로 평화롭다. 서두르거나 쉼도 없다. 유유히 갈 길 간다. 사계를 아우르는 강은 교만하지도,가볍지도 않다. 수백 수천 종의 생명을 길러내며 목마른 수목들에 기꺼이 자신의 일부를 돌려준다. 강은 수 만 년 전부터 낮은 곳으..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14.10.24
전라도 풍경 전라도 풍경 호남선 열차를 타고 황토밭 언덕을 넘으면 나직이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와 창 밖으로 흘러가는 논길 위 펄럭펄럭 걷는 농부 하나 보입니까 김제 만경 평야 끝 간 데 없는 지평 위로 갑오 동학혁명의 붉은 핏빛 노을도 보입니까? 녹두장군 외세배척 쩌렁쩌렁 울리던 목소리 울.. 시와 사랑 2014.10.16
[스크랩] 메밀꽃 필 무렵 -산 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름 봉평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 한 허생원과 조선달,동이 세 사람의 장꾼이 이튿날 열릴 대화장을 기대하며 메밀꽃이 허연 달빛 내린 길을 걷는 대목이 참 정겹다. 어렵사리 밭작물.. 추억그리고 현실 2014.10.05
[스크랩] 파리버섯 <귤암리의 가을/4호/소순희작2009> 여름 장마와 노염이 물러가고 가을빛이 스며들 무렵이면 산과 들엔 모든 게 풍족하다. 내가 초등학교 2~3학년쯤 엄니는 내게 심부름을 시키셨다. "아야, 산에가서 파리버섯 하나 따오니라 잉~" 그 시절만 해도 시골집엔 파리가 새까맣게 붙어살았다. .. 추억그리고 현실 2014.09.28
[스크랩] 흙으로 돌아가다 흙으로 돌아가다 오른쪽 상단 어금니 발치 2개 상아빛 나의 일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다 서러워 말지어다 서른 아홉 해 이제는 하나씩 둘씩 돌려드려야 할 일이다 이른 회귀 일진대 붙잡아둘 기력마저 동강 난 내마음의 빈터로 덧 없이 돌려 드리다. 1996. 소순희 2개의 발치로부터.. 시와 사랑 2014.09.24
[스크랩]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애 키우는 애비로 사십이 넘고서도 아직 멀었다 마음 구석에서 감정이 앞서는 욕쟁이 애비 섣부른 가르침 남은 흔적없고 애들은 애들대로 먹먹하다 귀뚜라미 한 마리 가만히 보고있다가 폴짝 뛰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가을이 오는 어느날 밤 나는 또 실패했다. 애들을 가.. 시와 사랑 2014.09.11
사랑을 말 하기 전에 <소순희작/10호/2013> 사랑을 말 하기 전에 사랑을 말 하기 전에 피었던 꽃들은 소멸하고 달빛 차가운 초저녁 너에게 향한 마음하나 쓸쓸함 이었다는 것 우리 이제 서로에게 전하지 못한 말 마음에 새겨 둔 비밀의 꽃 그 꽃마저 진다면 가여운 사랑도 지리 너와의 사이에 영원이란 잊혀.. 시와 사랑 2014.08.27
[스크랩] 꽁치 꽁치 한류의 짙푸른 바다 그 자리에 날렵한 몸매로 떼 지어 살며 수면을 차고 오르는 검푸른 등줄기를, 흰 포말 닮은 은백색 배아지를 보노라면 알류샨 열도의 화산섬이 떠오른다 혁명가의 살아있는 눈깔처럼 부릅뜬 눈으로 북태평양 어디메쯤에서 찬 물결 따라 동해에 회귀하는 너는 뾰.. 시와 사랑 2014.08.20
[스크랩] J에게(62)-한계령에서 <한계령에서/사진 소순희/2014.8> J.까무룩 잠 들었다 깨어나니 어느새 성하의 8월 중순이 천지간 자욱한 안개처럼 깊었습니다. 문득 세월 흐름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는 나이에 접어든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암록의 숲 속에 들면 그대로 초록이 되어 버리는 여름 한때, 추적추적 비 .. 엽서 2014.08.16
배롱나무 <사진/Nobert님> 배롱나무 사랑이여 무슨 기별 있어 기다림 남은 여름을 타오르느냐 붉은 입술은 흰 목질부에 기대어 산 죄였더니 얼마나 그리우면 눈물 바람 같은 꽃 백일을 피워내고 한목숨 지상에 훌훌 내맡기느냐 그렇게 살아온 날이 아직도 그리움이라면 영영 기다리겠네 사랑이.. 시와 사랑 201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