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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로큰(Unbroken)

언브로큰(Unbroken) 미국 감독:안젤리나 졸리 출연:잭 오코넬/돔놀 글라슨/미야비/개럿 헤들린드 제작년도:2015년 일찍이 기적은 존재했다. 루이스 잠퍼리니의 기적적 생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한 인간의 운명과 시련에 대한 찡한 울림이 있는 영화다. 19세 최연소 올림픽 육상 국가대표였던 루이스는 공군에 입대하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임무 도중 비행기가 태평양에 추락 한다 망망한 태평양 한가운데 표류하며 일엽편주 같은 보트에서 견뎌 낸 47일간의 극한의 상황은 인간의 실존을 가늠하는 최악의 정신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자연계의 변화무쌍함속에서 소름 끼치도록 적막한 단면과 공포의 파도에 휩쓸리고 상어떼의 공격과 일본군의 피습은 지옥을 투어 하는 가혹한 일련의 사실이었다. 일본 군함에 의해..

영화 후기 2015.01.18

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다 바짓가랑이에 붙어 집까지 따라온 도깨비바늘의 검은 눈을 보았다 올곧게도 바늘을 꽂아 동행하며 어딘가로 멀리 떠나 일가를 이루고 싶은 한해살이 풀로 긴 여름 견뎌오며 품어 온 새끼들 오죽하면 타인의 몸 빌려 퍼뜨리고 싶었으랴 이 악문 씨앗들 뜯어내며 눈물이나 울타리 가에 고이 묻어 주었다 아버지도 청천 하늘 우러러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곳에 우리를 슬어놓고 떠나셨다 속수무책이던 세월에 도깨비바늘처럼 붙어산 어린것들의 귀에 징그러운 바람 소리 얼마였더냐 그래도 몸 부려 동행하는 오늘이 희망이라고 아무도 모르게 속 깊이 묻어주었다 소순희/2013 (월간 모던포엠3월호 수록)

시와 사랑 2014.12.20

산수유 열매

산수유 열매 소순희 무엇이 가을을 놓아주지 못할까 산수유 붉은 열매 남겨놓은 울 안의 남향 온종일 텃새 한 마리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 해의 남은 시간도 속절없이 스러지는 지붕 낮은 초라한 찻집 풍경 속에 갇혀 이제 겨울로 흘러가는 것이냐 유리창 밖엔 하늘로 솟구치는 눈발 문득, 헛구역질 나던 계절의 끝머리에서 가는 발목을 덮던 유년의 일들에 왈칵 눈물이 나는 건 쓸데없는 일 이거늘 눈발 속에 제빛 잃지 않고 짐승처럼 웅크린 저녁 사람들 어깨 위로 점등되는 도시의 불빛이 야윈 얼굴로 가로수 그림자를 그려낼 때 지다만 잎 사이로 가을의 꼬리가 잘리고 있었다 죽은 듯 엎드린 기와 담벼락을 끌어가는 저문 길도 눈 속에 이지러지고 낮 새도 떠났다 그래도 가을을 내주지 못한 산수유 열매가 촉수 낮은 장식용 등처럼..

시와 사랑 2014.12.05

프라하에서

유럽의 밤은 늦게 찾아듭니다. 첨탑의 날카로운 지붕 위로 낮달이 걸린 프라하의 저녁은 오월 하순의 아카사아꽃 향기로 가득한 게 두고 온 고국의 봄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렐교 위 연인들의 포옹과 입맞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드는 풍경은 젊다는 이유에서 충분한 기쁨을 찾습니다. 붉은 지붕의 명랑한 색채와 푸른 녹음의 어우러짐이 강가에 있다는 것에 한층 돋보이는 풍경이라 감탄을 하며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를 도시계획에 둔 저들의 철저한 환경을 나는 가히 짐작합니다. 볼타바강(몰다우)의 카렐교가 야경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낮의 저 풍경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지 않습니까! 늘 보는 풍경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다른 감성의 이유라고봅니다. 나의조국 중 몰다우를 작곡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