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개망초꽃 온 밤 내 물소리 들리던 요천 어귀 사는 법 가르쳐 주지 못 하고 떠나온 그믐의 어둠에서 너 얼마나 울었더냐 여름 별빛 서러운 문 밖 남은 꿈 마저 스러지는 빈 자리 가여워라 눈여겨볼 겨를 없이 초연한 삶의 끝은 멀고 대처로 떠난 사람들의 귀향은 또 아득히 멀어라 그 어둠 서룬 날 지나다 보면 홀로 피고 지는 애태움도 살이 되고 세월도 약이 되는 법 천지간에 흩어버린 고운 흰 빛 꿈 떠나온 그 들녘에 풀어나 보라. 소순희.2003 시와 사랑 2006.07.12
J에게(14)-여름꽃 <하오의 산책 소순희작 30호> J. 지상의 7월이면 호젓한 길섶에서 맞닥뜨린 여름꽃들을 아무 감정없이 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흔하디 흔한 풀꽃이라고 치부해 버린 그 꽃들은 창조 이후 원시로 부터 종족을 소멸하지 않고 굳건히 지켜 온 생명력에 대한 신비와 경외도 느껴 보지 못 했다는 것이.. 엽서 2006.07.02
색깔론(1) 색깔론(1) 예쁘게도 예쁘게도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맑은 초록은 삼학년 육반 청춘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모르는 체 하고 있었다 헤집힌 마음의 가장 자리로 초록 빛깔처럼 쏟아지던 종아리가 이쁜 여자 애들의 웃음소리 그것도 모르고 독한 술처럼 오장 육부를.. 시와 사랑 2006.06.28
밤꽃 숲 밤꽃 숲 고향의 유월은 밤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내고 있습니다 꽃숲 향기에 취해 꿈처럼 일주일이 지나고 화요일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갈 때 가더라도 잠시, 눈길 좀 주려고 그 숲을 보니 밤꽃 숲속에 나를 붙잡는 얼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소순희.1981 낮잠 속에서도 꾀꼬리 .. 시와 사랑 2006.06.14
귤 (아쿠타카와류노스케의 단편소설) 어느 흐린 겨울 저녁, 나는 승객이 없는 요코스가발 상행선 2등 객실에 앉아있었다. 발차 기적이 울리자, 개찰구에서 요란한 나막신 소리와 역무원이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리더니 열서너 살쯤의 계집아이가 황급히 들어왔다. 퍼석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묶고, 온통 살갗이 튼 두 뺨이 빨갛게 달아.. 옮겨 온 글 2006.06.11
J에게(13)-고향집을그리며... J, 환경이나 처지가 어떻든 목숨 자라 커 온 곳이 살아가는 귀중한 이유의 하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정신적 회귀의 유산으로 남겨진 것 중 고향은 늘 마음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유년기와 외롭던 소년기를 겪으며 산과 나무와 더불어 감성이 자랐던 산 밑 1076번지 작은 집, 마당.. 엽서 2006.06.04
소순희 그림모음-(3)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새를 쫓아다니다 길을 잃었다. 그리고 울먹이는 마음으로 산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멀리 뉘엿뉘엿 지는 해의 연약한 빛과 역광(逆光)으로 인한 하얀 냇물 줄기와 억새꽃의 투명한 흰 빛을 처음으로 보았다. 며칠을 이마에서 열이 나고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려 꿈 속 인 것처럼 까..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06.05.29
소순희 그림모음-(2) 회상 20호 국제미술창조회전 출품작(일본) 나경의 초상6호2006(권나경님 소장) 지니20호국창회출품작(일본)2006 소정욱 5살 때 1990 정담80호 목우회입선작1991 축복10호2001(이현주님 소장) nude 영혼을 담는 그릇10호 상념20호 국창회전 출품작(일본) 네팔의소녀3호 소녀무희3호2002 사람의 몸 보다 아름다운 것..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06.05.24
소순희 그림모음-(1) 그해 여름10호 정순희님 소장 양지6호 배꽃이 지기 전에...4호 강변의노래6호 유정리의 봄 60호 충무항의 아침 30호 nude 10호 해바라기 20호 들녘으로의 귀로 4호정민안님소장 곰소항에서 6호2005 최우선님소장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2006.05.21
그 시절-오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산을 바라고 미루나무가 운동장 가장자리로 둘러선 교정에서 목청 높여 오빠생각 동요를 배우던 그 시절에 남몰래 훔쳐 보던 그의 단발머리와 하얀 얼굴이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말 한 번 건네보지 못한 그 초등학교 육 년. 속절없이 사계절은 들에 .. 추억그리고 현실 200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