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84

그림이야기(6)-독일 뮌헨에서

6월이 오는 독일은 반 팔 옷차림의 연인들이 가장 아름답게 활보하는 장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인간의 가장 심오한 종교관에 의해 거대하게 지어진 푸라우엔 성당은 뮌헨의 하늘로 치솟았고 교황 베네딕토16세가 추기경 당시 미사를 집전한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뮌헨의 중심지 마리엔광장의 신시청사 건물의 11시엔 인형들의 춤이 시작되므로 많은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청사건물의 위용이며 그 장엄함에 사람 실물크기의 색다른 인형이 회전하며 춤추는 것을 무슨 생각으로 고안 해냈을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저들의 상술에 언뜻 의미 있는 미소를 띤다. 광장을 벗어나면서 아름답게 늘어진 건물이며 길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같은 생각과 의미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

그림이야기(5)-볕드는 집

내가, 남해나 정선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의 호젓한 언덕 아래로 보이는 따뜻한 마을과,강원의 골깊은 산아래 나지막이 엎드린 산가의 소박함 때문이다. 강릉행 밤 기차의 한 줄기 빛에 11월의 어둠은 길을 터 준다. 먼 촌락의 불빛이 하나 둘 어둠에 묻히면 긴 외마디 기적도 울리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산 골골을 휘어져 돌아가는 늙은 자벌레의 몸통처럼 길게 늘어진 열차의 느린 행보뿐이다. 희미한 실내등과 맞물리는 청남빛 하늘의 부우연 빛깔 아래 그렇게 새벽은 오는 것이고 사람들은 또 하루를 맞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철거덕 거리는 쇠바퀴 소리와 선로의 마찰음의 가수면 상태의 여행객에겐 그나마도 자연 속으로 떠남이라 정겹다. 증산역에서 정선 구절리행으로 바꿔 타는 새벽의 찬 바람 속에..

그림이야기(1)-이른 봄

이른 봄 20호 소순희작 oil on canvas(국창전 출품작) 의왕역에서 서쪽방향으로 작은 둔덕의 숲을 바라보고 가노라면 마을 초입에 폐허의 정미소가 예전의 전성기를 말해주듯 우직한 뼈대로 우뚝 솟은 채 찬 바람을 맞고 서 있다. 도시근교에 늘어나는 공장이 야금야금 점령한 땅을 무엇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단 말인가 1차산업인 농업이 쇠락해가는 수로는 콘크리트 축대로 무던히도 잘 견뎌내지만 이미 물은 죽었고, 영양실조에 걸린 수양버들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이른 봄인데 물을 올려 늘어진 가지 끝마다 붉은빛을 감아낸다. 그것이 생명이고 희망이다. 2차산업인 공업 혁명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 가는 먼 훗날 평가 될지라도 급속히 변하는 풍경에 씁쓸한 마음이다. 빛바랜 초록 지붕의 축사도 겨울 바람이 핥고..